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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활발한 반이 있다. 

활동도 많고, 장난도 많이 치고 

텐션이 높은 반.

남학생들의 텐션이 높은 반이 있다. 

스포츠에도 매우 열성적이어서 

학급별 대항 경기라도 하는 날에는 이 아이들이 목숨을 걸고 

이기려 한다. 

학급별 대항전 플라잉디스크를 우승으로 이끈 날.

 

두 녀석들이 승리를 자축하며 계단을 올라가다가 사소한 말다툼 끝에

몸싸움으로까지 이어졌고, 한 명의 학생이 생각보다 많이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그 뒤로 약 일주일이 지났는데 ....고작 일주일도 채 안되었는데

두 녀석들은 웃으며 같이 운동을 하고 있다. 

너무 신기했다.

많이 다쳤던 학생을 불러

"몸은 괜찮아? 근데..00이랑 화해했어?"

"그럼요~! 화해했어요"

 

아이들은 싸우기도 금방이지만

화해도 금방이다. 언제 죽일듯 싸웠냐는 듯

웃으며 함께 어울린다. 

 

어른들은 사소한 일에도 서로 상처를 주고 받고

서로 안보면 그만이라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싸우는데도 오래 걸리지만

화해는 더 오래 걸리는 것 같다.

아이들은 그저 

싸우고. 미안해 하면 끝날 수 있는 순수함이 있나보다.

어른들은 그 간 살아온 인생이 마음속 상처로 남아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고

사소한 일로 싸우고 나서 

몇 년동안 얼굴을 안보기도 한다.

 

아이들이 어른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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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9일 (일요일)

2016년에 중2 담임을 맡았던 학생들과 식사를 하기로 했어. 

물론 그 친구들도 이제 으른이 다 되서 점심때쯤 만나서 식사에 소맥을 같이 했지.

시간이 지나도 그 때의 담탱이(담임선생님)를 찾아주는 녀석들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에게는 기적이라고 생각해.

 너무 감사한 일이고.

너무 행복한 일이고.

 

밥과 술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어. 누구와 누가 그 때 사귀었었지, 그 때 그 녀석은 

지금 어떻게 지내니..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 참 하던 중 

 

그 때 예지가 지범이랑 사귀었지 않았나? (놀랍게도 모두 실명임)

"근데 지범이는 지금 어떻게 지내니?"

"걔랑 걔네 같이 다니던 승우 그리고 친구들 고등학교 올라가서 

완전 공부하자고 서로 그게 유행이 되가지고..건대가고 다 대학 잘 갔어요"

 

 

대박....

 

말썽쟁이 녀석들이 고등학교 올라가서 마음을 먹었다는 게 

서로 공부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대학까지 잘 갔다니.

진짜 멋있다. 요즘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그런 마음을 먹었으면 참 좋겠다.

라고 생각을 했다. 

 

몰려다니던 말썽쟁이 녀석들이 우르르 공부하기로 맘 먹고 같이 스카가고

밤새 공부하고 ....대단하다. 

내가 담임하던 시절 지범이를 생각해보면

공부도 그닥, 운동은 좋아했지만, 체육계열로 갈 것 같지도 않았는데 

좋은 대학에 가서 잘 컸다니...멋있었다. 

 

지금 만나는 이 아이들을 보면서도 

"학생들이 지금 모습은 어떨지 몰라도...성장하면 달라진다."

지금 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시 한 번 

 

지금 모습이 '이 학생'의 전부는 아니다.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리고 학교에 와서 교실 수업을 하는 중....

뒤에서 떠드는 남녀 무리들을 보게 되었다. 

내가 조용히 아무 말 없이 그들을 응시하니 

내 눈치를 보며 조용해진다. 

 

나는 불러서 야단치거나 혼을 내지 않고 위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너희도 금방 변한다. 그것도 아주 좋은 방향으로 변할 것이다."

 

칠판에 다음과 같이 적어주었다. 

 

"멋 있게 자라서...꼭 선생님 찾아와라..

선생님이 고기에 소맥 산다...선생님이 소맥 기가 맥히게 잘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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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영화가 한창 유행이던 90년대 #두사부일체 라는 영화가 있었다.

배움이 짧았던 조직 폭력배 두목 계두식(정준호님)이 학교에 입학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내용이야 킬링타임용 오락영화 이지만...극중 계두식이 불량학생에게 내뱉은 말이 새삼 생각난다.

"이 샹노무 섀끼가 어디 선생님한테~!"

학교도, 학생도 교사도 많이 변했다.

그 이전이 어땠는지, 지금 이후가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지만.

학교는 교육에 목적을 둔 기관이라기 보다 보육을 하는 기관이 되었고,

학생의 불량함을 '지도'하기 보다 '설득'할 수 밖에 없는 곳이 되었다.

학생의 욕설과 교사의 욕설을 다른 저울로 재는 곳.

"아무리 학생이 욕한다고 선생까지 그러면 쓰나...."

학생의 폭력과 교사의 폭력이 다른 법적 책임을 갖는 곳

"애가 얼마나 힘들면 폭력을 쓰겠어...."

"선생이 오죽 못났으면 애를 때려....."

학생에겐 학생인권이 있고, 교사에겐 교권이 있다고 한다.

학생이 학생 인권을 침해받았을 땐 가볍게는 학교, 교육청, 심하면 공권력이 나서서

그 인권침해를 해결해주려고 노력한다.

교권이 침해받은 사람은....교육청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교육청에서 듣게 되는 답변은 다음과 같다.

"그 학생이 그런 행동을 하기 이전에 선생님께서 어떤 지도를 어떻게 하셨는지 증명해주셔야 합니다..."

"선생님께서 지도를 이렇게 저렇게 하셨는데도 불구하고 학생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증명을 해주셔야 합니다. "

증명이 필요한 세상이다.

내가 겪은 일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해야할 지....

아직 겪지 않은 일이라서 증거를 준비해야 할 지...

이런 일이 되도록 일어나지 않도록 무엇이라도 해야할 지...

물론, 학교는 이 사회에서 아직 덜 때가 묻은 순수한 기관이라 믿고,

대다수의 학생들은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은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본인의 책임을 다하지만...

뉴스에 나오는 불편한 소식처럼 극소수의 학생과 교사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한 공간에 상주한다.

짧은 소견으로는....

학생들은 '어리고, 몰라서' 나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리고, 몰라서 그랬다고 하면 된다'고 누군가에게 배웠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한다. 아마도 일차적으로는 그 학생들의 거울로부터 배웠을 가능성이 크다.

교사들도 크게 할 말은 없다.

나이 많은 학생과 다를 바 없다.

'업무가 많네, 월급이 적네, 학생이 어쩌네 저쩌네' 하며 방학마다 해외로 놀러다니고, 수업고민 안하고, 공부 안하고, 대충 나이로 찍어누르고,

실력없이 선생병 걸려가지고 사서건건 여기저기 가르치려 들고,

다른 사람 말은 똥구녕으로도 안듣는 습성을 버려야 한다.

그러고 나서 한 마디만 하고 싶다.

"선생은 그러면 안되지..." 라고 하기 전에

"선생님한테 그러면 안되지..."라고 생각해줬음 좋겠다고...

#글쓰기 #학교 #학생 #수업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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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붕괴, 교권침해, 학생인권 등 어려운 말을 굳이 쓰지 않아도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이 녹록치 않음은

누구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과정이 자주 바뀌어서, 사회가 어지러워서, 학문을 가르쳐야 할 주제와 대상들이 변해서....라는 이유 따위는 항상 두 번째 문제.

학교가 힘든 가장 중요한, 근본적인 이유는 학생과 교사간의 갈등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불려오면 '혼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00쌤이랑 싸웠어' 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학생도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본인의 속마음과 불쾌함을 얼마든지 드러낼 수 있고,

하고 싶은 말을 할 권리가 있다. 그런 와중에 생기는 논쟁이야 얼마든지 받아줄 용의가 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주특기는 '거짓말'이요, 부전공은 '남의 탓' 이다.

요즘 아이들이라는 단어를 쓰는 걸로 보아 나도 벌써 꼰대가 되어가나보다. 슬프다. 그렇게 늙고 싶지 않았는데...

나처럼 운동을 많이 한 남자교사들이야 아이들이 무서워 해주니 알아서 알아서 편하게 하는데

옆에서 보고 있자면 여 선생님들의 애환이 참으로 커 보인다.

"아니요, 안그랬는데요?"

"증거 있어요?"

"쌤은 왜 저한테만 뭐라그래요 씨0!!"

내가 교무실에 앉아 있으면 하루에 열 번 이상 듣는 말이다. 음....

 

인간은 학습하는 동물이다. 아이들은 누군가로부터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임을 스스로 학습하고 각인하여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꺼내어 교사를 향해 들이미는 것이다.

아이들이 잘못을 하면 부보를 불러 부모가 책임을 진다면 어떨까.

모든 케이스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학교에서 말썽 좀 피운다는 녀석들을...조금만..들여다보면 여지없이 가정에서의 취약점이 드러난다.

그래서 아이들의 가정사를 꼭 한 번씩 파악해야 하지만..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

 

여러분 앞에 세상 천지에 둘도 없는 말썽꾸러기가 있는가?

그 부모와 집 사정이 어떤지 ..가족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아이에게 한 번만 물어봐라

그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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