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되면 거창한 계획을 세우곤 한다.
물론 그 계획들이 모두 실행에 옮겨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따위 세우지 않았다.

"푹 쉬고, 적당히 운동하고, 책 많이 읽고,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방학이라고 뭔가 특별한 것을 해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이번 방학의 목표였다.

아이들에게 운동을 가르치고 체육을 가르치면서, 오히려 내 운동할 시간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공부의 필요성을 많이 느낀다.

교사가 되고 초반에는 무조건 운동 잘 하고, 운동 잘 가르치면 좋은 교사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원하고, 학생들에게 정작 필요한 선생님은...학생 개개인의 필요를 느끼고 그 필요성을 조금이나마 채워주는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학생이 체육시간에 운동을 잘 하기만을 바라지 않는다.
선생님과의 대화가 필요한 친구도 있고, 체육시간에 소외되지 않기만을 바라는 친구도 있고, 운동이 누구보다 어려운 친구도 있고, 체육을 아예 포기한 친구들도 있다. 따지고 보면 운동을 좋아하고, 잘 하는 친구들은 한 반에 몇 안된다. 그 소수의 아이들을 위한 체육을 하다 뒤를 돌아보면
수업의 주인공인 학생들은 언제나 배경이 될 뿐...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그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그 아이들이 평생 운동을 좋아하고 체육이 꼭 필요한 과목임을 알게 해주려면
체육교사는 '공부'를 해야한다.

방학이 되니 운동이 하고 싶어져 동네 체육관을 찾았다.
혼자 농구를 하면,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며 운동도 할 수 있고
본인의 부족한 부분만을 따로 연습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 된다.

농구는 당연히 여럿이 하는 팀 경기이다
팀 경기는 팀이 함께 하는 것이다.
팀과 함께 하려면 개인의 준비가 필요하다
개인의 준비를 위해선 개인 연습이 필요하다.


오래된 만화 중 '피구왕 통키'라는 만화가 있다.
일본만화를 SBS에서 방영을 해준 것으로 우리 시대 초등학생들에게 정말 인기가 많았다.
동네에 모인 아이들은 모두들 노란색 고무 피구공에 불꽃마크를 그려넣고, 불꽃슛을 던진다며 '손끝에서 불꽃을 쏴라!'를 외쳐대곤 했다.

체육교사가 되어 피구라는 종목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저 체육시간이면 의례적으로 여학생은 피구를 한다면서 시간을 죽이는 것으로 여기는 선생님과 아이들. 그저 심심풀이용, 시간때우기용으로만 여겨지는 피구. 피구라는 운동이 얼마나 재미있는 운동이며, 피구안에서도 얼마나 많은 과학적 원리와 인성적 가치를 배울 수 있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반 별 피구대회를 준비하다 보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 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1. 분위기가 좋은 반은 여럿이 힘을 모아 연습을 하며 수비위치와 공격위치를 정하고, 화이팅 구호도 준비하고, 플랜카드를 만들며 축제의 중심에 서는 반. (이런 반은 자발적희생과 보상을 바라지 않는 책임감을 가진 학생이 있어야 가능하다. 또한 아이들간의 사이가 원만해야 가능하다.)

2. 목소리 큰 아이가 운동을 못하는 아이를 원망하고 다그치며 윽박지르는 상황속에 경기를 하는 반. (이런 반은 목소리가 큰 일명 '노는 아이'는 다른 아이를 원망한다. 즐겁지 않은 분위기 속에 왜 피구를 해야하는지 모르고 경기를 하게 된다.)

3. 피구에 대한 의욕이 전혀 없는 반. (경기를 주도하는 학생도 없고, 별 관심이 없는 학생들로 이루어진 반...올 해 우리반이 이 유형에 가까웠다.)

경기의 결과는 생각보다 금방 잊혀진다. 하지만 경기를 준비하며 친구들과 나누었던 대화들은 오래 기억된다. 방과후까지 남아서 아이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공을 던졌던 기억은 스냅사진처럼 머릿속에 남아 오랫동안 기억이 된다.
싸이의 'I luv it' 의 노래 가삿말처럼 ' 그 추억은 수억짜리'가 된다.


난 아이들에게 단지 경기 1등 상품 몇 만원보다 수억짜리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교사로서 알려주고 싶은 바를 그림으로 그려 알려주었다.
물론 그림은 발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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